Germany /munich, Heidelberg
불어가 부드러운 곡선이라면, 독일어는 정직한 직선이 떠오른다. 자로 잰듯한 제복을 입고 걸어가는 S-Bann차장에게서 독일디자인을 엿볼 수 있다. 바우하우스의 고향인 독일은 산세리프 서체의 모던함과 기능 자체에 주목한다.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는다. 산업사회에서 최상의 디자인은 최소한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것이다. 독일디자인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는 정직한 디자인으로 그 법칙을 정확하게 지켜내고 있다.

1) 지하철 S-Bann의 노선도, 독일의 철도회사인 도이치반(Deutsche Bahn)의 의뢰로 서체 디자이너, 에릭슈피커만이 참여한 기업아이덴티티의 일환이다.
2) 도이치반(Deutsche Bahn)의 유니폼, 곤색과 빨강색으로 기업의 아이덴티티와 어울리는 유니폼이다.

BMW박물관의 모습은 투명한 유리와 기하학적 구조로 이루어진 최첨단 미래도시를 연상시킨다. 이곳에서 자동차를 제외한 장식은 투명한 유리와 흰 벽, 그리고 타이포그래피가 전부다. 그래서 유독 Helvetica가 눈에 띈다. 무슨 서체를 써야 할지 모를 때 Helvetica를 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Helvetica는 그 자체만으로도 객관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전달이 주목적인 박물관에는 손색이 없는 서체다.
1950년대, 명확한 텍스트 전달이 중점이었던 스위스 타이포그래피 양식은 Helvetica와 함께 퍼져나갔다. 스위스의 중립적 이미지와 가독성 높은 형태는 Helvetica서체를 쓴 브랜드는 모던하고 현대적인 브랜드라는 공식이 성립되었다. 역시 BMW의 매끈한 자동차디자인과 Helvetica라는 조합은 Simple is best라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린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저 서체는 무엇일까?’, 포스터에는 ‘왜 저 서체가 쓰였지?’ 와 같은 의문들이 머릿속에 떠오를 때마다 디자인을 배우는 학생으로써 무엇을 어떻게 더 채워야 하는지 계획하고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
유 럽이라는 이름의 공동체지만, 그들은 나라마다 뚜렷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아시아에서 한국, 일본, 중국이 다르듯, 생김새뿐만 아니라 나라마다 디자인도 달랐다. 오랜 전통 위에 쌓여진 유럽의 디자인은 그들의 삶과 철학이 담겨있었다. 오래된 나무의 뿌리는 깊고 단단하다. 우리 역시 우리만의 디자인을 찾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들과 우리가 다른 점은 삶을 돌아보는 여유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천천히 우리의 삶에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찾는 것이 디자인의 시작이다. 단지 해답을 푸는 방법은 우리만의 방식대로 찾아야 할 것이다.

---